1999년 4월 19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남편 필립공과 함께 큰 환대를 받으며 국빈 방한했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들
한국 국민들과 만난다는 개념으로 방한 후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여러 문화를 체험하며 사람들을 만났고
고택인 충효당에 입장할 때
한국의 예법에 맞춰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는
파격을 선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안동 하회마을에선 73번째 생일상을 받으며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한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위쪽 사진의 청주가 든 생일상 술잔에
입만 살짝 갖다 대기로 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잔을 다 비웠다고 한다
그 방한 일정 계획은 세심하게 짜여진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라는 큰 국빈을 맞기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두 기업이 있었다
그 기업들은 자동차 업계의 경쟁관계였던
대우자동차와 현대자동차였다
- 롤스로이스 팬텀 IV -
외국의 국가 수반이나 VIP가 방한할 경우
원래 사용하던 의전/방탄 차량 등을
공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엘리자베스 여왕 방한 때는 따로 차량 공수 없이
우리나라 차량을 의전용으로 쓰기로 했고
경쟁 후보는 이러했다
- 대우 시절 삼분할 전면부 그릴이 탑재 된 체어맨 -
첫 번째는 1997년 쌍용자동차가 벤츠와 협력해
w124 E클래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
완성도를 인정받은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이었다
원본은 쌍용자동차이나
1999년 당시에는 대우가 인수해 대우 체어맨이었음
두 번째는 에쿠스 이전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이며
생전 정주영 회장이 애착을 갖고 타고다닌
현대자동차의 다이너스티였다
정확히는 체어맨, 다이너스티 리무진 모델들이
경쟁했고 당국에서 의전 차량 심사를 시작했으며
영국 여왕이 가진 상징성과 그로 인해 생기는 마케팅 효과는
엄청난 것이었고 두 기업 모두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전 차량으로 선정된 건
대우자동차의 체어맨 리무진 모델이었다
차량 자체의 완성도에서 다이너스티와 비교해
손색이 없었고 그 이상이란 평도 받았으며
다이너스티 리무진의 5,155mm 전장보다 긴
5,355mm의 체어맨 리무진이 더 여유로웠다
참고로 1999년 당시 이런 기사가 있다
영국 여왕이 타는 차량은
누구나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창문이 투명해야 하며
영국 여왕은 어느 곳에서나 존경받는 존재이므로
굳이 방탄 기능까지 필요 없다고 영국 대사관이 밝혔으며
그 중 투명한 유리창을 가진 체어맨을 골랐다고 한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방한 첫날부터 끝까지
체어맨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많은 일정을 보냈고
국내, 해외 언론사 등의 주목을 받으며
영국 여왕을 태운 자동차라는 상징성과 광고 효과를 누렸다.
여왕은 너무 큰 손님이었고 아까운 기회였기에
체어맨에 밀린 것에 현대자동차는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으며 이번 영국 여왕 방한에도
참가한 김우중 회장의 후광으로 얻어낸 결과라는
꽤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외교통상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한다
그 이의 제기에 외교통상부가 중재에 들어갔고
당시 현대 우주항공에 방문 예정이었던 남편 필립공의
의전차를 협의해 현대 다이너스티로 바꾸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카메라의 중심은 엘리자베스 여왕이었고
대부분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며 체어맨이 주목을 받았고
광고에도 당당하게 올리며 큰 재미를 봤고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